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2일 회담에서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합의함에 따라 70년간 지속된 북미 적대관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이날 도출한 공동성명의 4개 합의사항 중 첫머리에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은 평화와 번영을 위한 양국 국민의 바람에 맞춰 미국과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새로운 관계를 수립하기로 약속한다”고 명시했다.
오랫동안 계속돼온 적대관계에 따른 안보 위협을 서로 제거하는 한편 경제발전으로 전략노선을 수정한 북한에 번영을 가져다줄 수 있는 관계로 발전을 도모한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새 북미관계의 수립은 북미 간 합의한 ‘완전한 비핵화’가 얼마나 속도감 있게 서로에게 신뢰를 주면서 진행되느냐에 달려 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북미 정상의 공동성명에 미국이 원하던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CVID)가 담기지 않고 북한의 비핵화 시한과 같은 구체적 약속도 명시되지 않으면서 당장은 ‘새 북미관계’의 구체적 모습을 그려보기는 쉽지 않은 상태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강조한 대로 북한이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중대한 초기 조치들을 내놓고 이를 이행해 간다면 이번 공동성명으로 변곡점을 맞은 북미관계도 정상화 궤도에 차츰 들어설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공동성명 발표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김 위원장이 북한에 귀환하는 대로 공동성명과 관련한 과정에 즉시 돌입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초기 조치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쇄에 이어 그 이상의 중대 조치와 후속 실무회담으로 미국과 신뢰를 쌓아간다면 워싱턴-평양 간 이익대표부나 연락사무소 설치 논의는 예상보다 빨리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이익대표부는 적성국이 국교를 정상화해나가는 과정에서 가장 초기적인 단계다. 정부 소속 외교관이 공직을 내놓고 민간인 신분으로 부임하는 것으로 공식적 성격이 약하다.
이보다 한 단계 높은 연락사무소는 수교 단계의 상주대사관만은 못하지만 포괄적인 영사활동을 수행한다. 평양과 워싱턴에 서로의 연락사무소가 설치되고 성조기와 인공기가 각각 내걸린다면 ‘새 북미관계’의 상징적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북미 양측은 1994년 도출한 제네바 기본합의문에서 ‘정치·경제적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를 추구한다’고 명시하고 비핵화의 단계별 진전에 따라 연락사무소를 교환·설치하는 한편 관심사항 진전에 따라 양국관계를 대사급으로 격상시켜 나가기로 합의했지만 실행하지는 못했다.
이번 공동성명에는 수교를 뜻하는 ‘관계의 완전한 정상화’라는 문구 대신 ‘새 북미관계 수립’이라는 문구에 그쳤다. 비핵화 진행 상황에 향후 북미관계의 구체적 양상이 달려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북미수교는 가능한 한 빨리 원하지만 시기상조”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미국은 대북제재도 그대로 유지한다는 입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제재 해제나 북미수교에 앞서 비핵화 완료가 선행해야 한다는 기본입장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는 북한이 요구해온 ‘단계적 조치’에 여지를 두는 언급을 하기도 했다.
북한과 직접 비교는 어렵지만 미국은 2003년 12월 리비아가 핵포기 선언을 한 이후 핵관련 장비와 문서 등의 미국 이전이 시작되자 다음 해 워싱턴에 이익대표부 설치를 허용하고 부분적으로 경제제재를 완화했다. 테러지원국 해제와 외교관계 회복은 비핵화 이후인 2006년 5월 이뤄졌다.